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나이 27세)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한 충격적인 행동에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2023년 3월 13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이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죄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5·18 단체장과 유족, 공로자 등을 만난 직후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습니다.
참배에 앞서 민주의문에 비치된 방명록을 작성하고, 충혼탑 앞에서 5·18 희생자들을 기리는 헌화와 분향을 했습니다.
전우원은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5·18 최초 희생자인 고 김경철 열사 묘역을 시작으로 공식 사망자 중 가장 어린 고 전재수 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이름 없는 무명 열사 묘역까지 돌며 참배했습니다.
김경철 열사는 사망 당시 24세였으며,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곤봉에 맞아 사망한 5·18의 첫 희생자입니다.
또 전재수 군은 사망 당시 11세로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김범태 5·18 민주묘지 관리소장은 묘지마다 사망 경위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전우원은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코트를 벗어 무릎을 꿇고 영정 사진과 묘비석을 여러 차례 닦고 묵념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흰색 수건을 건네며 "옷으로 하지 마세요. 여기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는 받지 않은 채 계속해서 자신의 코트로 묘비석을 닦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우원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등학생 시민군 고 문재학 열사의 모친 김길자 여사는 아들의 묘역 앞으로 전우원을 안내했습니다.
김 여사는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 뒤 묘비를 향해서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우원은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 코트를 벗어 문재학 열사의 묘비를 닦고 묵념했습니다.
김 여사는 참배를 모두 마친 전우원에게 "그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 와서 사과하니 마음이 풀린다. 여기까지 오는 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 위로를 건넸습니다.
이어 "앞으로 계속 묘역에 와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달라"고 전했습니다.
참배를 마친 전우원은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와서 희생자를 뵈니 저의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가족의 용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사죄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옷으로 묘비를 닦을 때의 심경에 대해서는 "제가 입던 옷 따위가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닦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김 여사는 다시 한번 전우원을 안아주면서 "내 아들 안은 것 같이 안아주겠다. 진심으로 고맙고 너무 너무 고맙다"며 그의 등을 토닥였습니다.
전우원 "우리 가족들은 피해자라고 했다"
앞서 전우원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일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대학살이고 비극이다"라며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학살 주범이 누구인지 묻자 "저희 할아버지인 전두환 씨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5월 21일 저녁 광주교도소 앞에서 총을 맞아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고통받아온 김태수씨가 할아버지에게 발포명령 등 광주항쟁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말에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며 "자신을 민주화의 아버지라고 했고, 본인은 천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5·18 진실을 알고 난 뒤에 할아버지와 5·18 관련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있었다고 하면 있고, 없다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어렸을 때 궁금한 마음에 할아버지, 가족에게도 많이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화주제를 바꾸거나 침묵을 하거나 5·18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자 북한군에 소행이고 가족들은 피해자라고 했다"며 "용기낸 시민들이 위대한 천사들이고 영웅인데 그분들을 안좋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과와 관련해 가족들이 보인 반응에 대해서는 "저희 어머니는 저의 선택을 지지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며 "나머지 가족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연락이 되던 안되던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사과라고 한다.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사과하고 진심어린 사죄를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드렸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우원 "광주시민들은 영웅, 나는 추악한 죄인"
이날 오전 전우원은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 후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했습니다.
그는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죄인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가 오래 아픔의 역사를 겪었음에도 전두환 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흐르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우원은 "군부독재 두려움 속에서 용기로 독재에 맞섰던 광주시민 여러분들이 영웅"이라며 "저희 가족뿐 아니라 저 또한 너무 추악한 죄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 여러분들이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죽어 마땅한 저에게 이렇게 사죄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무릎을 꿇고 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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