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며 피해자 중 세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최근 경기 동탄신도시에서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가 사건 수습을 위해 나서며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은 내가 지킨다.." 전세사기에 결국 직접 나선 '삼성'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대에도 전세 사기 의심 사례가 여러 건 접수된 가운데, 경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수습에 나섰습니다.
앞서 지난 2023년 4월 17일, 화성동탄경찰서엔 ‘동탄에서 집단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해당 신고는 도시 일대에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임대인이 파산해 피해자 수십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문을 올리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오피스텔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 체납세까지 있어 소유권 이전 시 2,000만~5,000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등 43채를 소유한 인물이 지난 2023년 2월 23일 수원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해당 인물은 250채를 소유한 임대인과는 또 다른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같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중개사는 현재 폐업했습니다. 해당 부부는 세입자들에게 ‘6월까지 체납된 세금을 내지 못하면 오피스텔이 공매로 넘어가니, 직접 인수하는 게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소유권 이전을 권유했습니다.
두 달 넘게 이 부부로부터 1억3천만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 A(31)씨는 "이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계약 만료 일주일 전쯤 갑자기 파산을 하게 됐다고 통보해 새로 이사 갈 집 계약금 1400만원까지 날리게 됐다"며 "사회초년생이라 아는 게 많이 없어 변호사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하고 있는데 임대인 제안처럼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중엔 삼성전자 직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탄신도시 인근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화성사업장, 기흥사업장이 있어 직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피해를 주장하는 한 삼성전자 직원에 따르면 사측이 현재 팀 단위로 전세 사기 피해 사실 여부와 피해자들을 조사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직원은 "회사 측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와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해달라고 공지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인천 전세 사기꾼도 어마어마하게 피해자 등 처먹었는데, 여기 동탄도 만만치 않구나", "역시 삼성전자다. 정부보다 낫다!", "삼성전자 대단하긴 한데, 예방과 사후 수습 대책 하나 없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는 게 느껴져서 무섭다", "이재용 회장님, 진정한 ‘경제 대통령’"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일부 사업 부문에서 전세 사기 피해 여부를 확인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회사 차원의 지원이나 대책 여부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습니다.
청년들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간 '건축왕' 혐의 부인했다
한편, 인천 미추홀구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를 입은 20~30대 청년들이 최근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쏟아내는 피해 대책에도 불구하고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해당 세입자들이 살던 빌라나 아파트의 집주인은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들이었고, 뒤에는 주택 2천700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건축왕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수요가 많아 신축 빌라가 많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주택 2700여채를 보유했습니다. 그는 대출이자 연체 등으로 소유 주택이 대거 경매로 넘어갈 것이 예상되는 등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고 전세기간을 보장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세입자 161명에게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한 건축왕은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나홀로 아파트와 빌라 등을 직접 건축했습니다. 또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을 고용하고 해당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5~7개 공인중개사무소를 개설·운영하면서 자신의 주택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인천지검은 건축왕과 그의 일당의 전세사기 사건에 대한 여죄를 수사한 결과 피해액수가 앞서 기소한 피해금 125억원을 포함해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도 당초 161명보다 많은 800여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 4월 5일 열린 재판에서 건축왕은 "(검찰 공소장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검찰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법리상으로는 사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건축왕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돼 이날 법정에 나온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9명도 "(건축왕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건축왕 변호인은 "요즘 계약 전에 등기부 등본도 다 떼 볼 수 있는데 피고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을 속인 악의적인 사기꾼은 아니다"라며 "법리적으로 사기가 되는지는 다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실적으로 상당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현재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편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들은 수도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부탁할 만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숨진 피해자 C씨의 집 앞 쓰레기봉투에는 수도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 스티커 등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 피해자들은 이미 집이 경매로 넘어갔거나 최우선변제금에 해당되지 못해 평생 모은 돈을 잃어버린 상황에 처해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해당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피해로 많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안타깝다.. 사회초년생이었을텐데", "정부는 뭐하고 있냐", "혐의부인한거 진짜 어이없네 언제는 자기 돈으로 다 보상하겠다더니", "건축왕 딸도 한패라던데 진짜 못된 집안이다", "소중한 삶을 빼앗은 저 사기꾼들 엄벌해주세요" 등의 비판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동탄신도시 ‘250채 소유’ 가능케한 갭투자… “전세대출 제도가 위험 키워”
이로 인해 지난 2022년과 2023년 초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재발 방지책과 피해자 구제 방안을 쏟아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전세사기 집에 대해선 ‘경매 중지’ 조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정부는 추가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뾰족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매매 시장에서 대출 규제를 통해 수요를 조절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금의 80~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풀어뒀고, 이는 곧 전세금 상승으로 이어져 갭투자를 활성화 시켰습니다. 집값 거품을 만드는데 규제 없는 전세대출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가격이 3억원인 경우 금융권에서 80%인 2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저금리 상황에서는 나머지 20%는 이마저도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로 충당이 가능합니다. 임차인들은 전세금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줄이기 위해 마련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오히려 전세 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금이 액수와 상관없이 전세금 전액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악용해 매매 가격 이상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식의 수법도 생겨났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2년 ‘2023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전세 사기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악용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 인식하고 HUG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시키는 내용을 다음달 2023년 5월부터 시행합니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로 적용됩니다. 2022년까지의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율 100%였지만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악용하는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조정한 것입니다.
전문가는 전세대출 본질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사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은 무분별한 전세대출로 인해 전세금이 올라간 것"이라며 "대출 보증제도가 선행되고 전세자금대출 비율을 축소, 마지막으로 소득을 고려해서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출 제도를 손봐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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